죽음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끝자락에서조차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오늘 소개할 책은 노르웨이 작가 '프로데 그뤼텐(Frode Grytten)'의 장편소설이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바로 이러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2023년 브라게 문학상(Brage Prize)'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 브라게 문학상과 뉘노르스크 문학

브라게 문학상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소설, 아동문학, 논픽션 등 여러 분야에서 매년 최고의 작품을 선정한다. 특히 이번 수상은 뉘노르스크(Nynorsk) 문체로 쓰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뉘노르스크는 노르웨이의 공식 문어 중 하나로, 지역 방언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언어다. 프로데 그뤼텐은 뉘노르스크 문체를 통해 시적인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담아냈다.

🌈 피오르 해안가에서 펼쳐지는 삶의 단면

소설의 배경은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가의 고요한 마을이다. 주인공 닐스 비크는 평생 페리 운전수로 일하며 사람들을 건너편 마을로 실어 나른다. 그의 하루는 반복적인 일상처럼 보이지만, 소설은 이 반복 속에 담긴 작은 변화와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는 빛이 매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피오르에 닿고,
바다는 밝을 수도 있고 칙칙한 회색일 수도 있으며,
겨울이 되면 마치 집에서 주조한 맥주처럼 검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p117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유한함을 연결짓는 문장들은 독자에게 삶의 덧없음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 기억과 삶의 총합

닐스는 자신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며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회상한다.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 동생에 대한 후회, 그리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두 딸까지. 닐스의 삶은 크고 작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삶을 스쳐 간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는 배 안을 가득 채우며, 죽음이란 결국 그 모든 관계의 총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p268

🌈 죽음에 대한 담담한 시선

이 소설은 죽음을 두려움이나 비극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닐스는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평온을 유지한다. 이는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세네카는 “죽는 법을 배우려면 평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닐스의 여정은 바로 그러한 배움의 과정이었다.

🌈 결론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평범한 일상과 기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충실한 한 남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피오르를 건너 열린 바다로 향하는 닐스의 마지막 여정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영원한 평온을 상징한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삶의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일 수 있음을 배운다. 프로데 그뤼텐의 시적인 문체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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